많은 것을 바꾸는 폭스바겐의 디젤 게이트

정말 믿기 힘든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전세계 자동차 브랜드 가운데 폭스바겐을 기술적으로나 기업 이미지로나 매출로나 단연 넘버1 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에 폭스바겐이 소프트웨어를 조작해 디젤 엔진의 배기가스 배출량을 조작했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충격이었습니다.

배출가스 테스트 당시에만 배기가스가 조금 나오도록 조작해 디젤 엔진이 친환경적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폭스바겐의 클린디젤은 이제 뻥스바겐의 구린디젤로 불러도 뭐라하지 못할만큼 신뢰를 잃었고 이로 인해 자동차 산업 전반에 미치는 파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일단 폭스바겐의 추락.. 이는 당연합니다. 미국 EPA의 조사결과와 의혹제기에 폭스바겐은 나름 빠른 시간안에 인정을 했지만 이는 단순한 눈속임이라기 보다는 사기에 가까운 행위였기 때문에 용서받기는 힘듭니다. 일각에서는 폭스바겐 뿐만의 문제가 아니라 자동차 산업 전반에서 행해지고 있는 행위라고 했지만 현재로서는 폭스바겐 그룹 외 다른 브랜드에서 조작사실이 드러나지는 않았습니다.

르노/닛산의 회장 카를로스 곤은 폭스바겐 디젤게이트를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미국의 음모'라며 EU가 디젤 게이트를 지나치게 확대하지 말라고 주문했지만 공허한 울림.. 저 같으면 폭스바겐 조사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면 르노/닛산부터 조사해 보겠습니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나라이기는 하지만 이번에는 변명의 여지도 없습니다.

카를로스 곤이 욕 먹을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고도 왜 이런 소리를 했을까요? 디젤 게이트의 후폭풍이 폭스바겐을 넘어 독일차 더 나아가는 유럽 디젤차들에게 타격이 될 조짐이 보이니 어떻게든 EU 차원에서 미국의 '음모'에 대항해 보고자 함이겠지만 사기는 어디까지나 사기일뿐 설사 미국이 자국 자동차 산업을 위해 그랬다 하더라도 디젤 게이트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폭스바겐의 잘못입니다.

독일 정부가 폭스바겐과 유착해 왔다는 여론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독일이 폭스바겐의 전 회장인 마틴 빈터콘을 조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뉴스가 전해졌을때는 아연실색.. 자동차 산업은 독일의 내수와 수출시장의 핵심이니 독일 정부로서는 조심스럽기는 하겠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폭스바겐은 물론 독일의 국가 이미지도 훼손되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럼 이 디젤 게이트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가 될까요? 폭스바겐은 미국에서 철수를 각오해야 할만큼 한파가 닥칠 것이고 전세계 매출은 쪼그라들어 토요타와의 1위 경쟁에서 한참 밀릴게 뻔합니다. 유럽에서 높은 인기를 구가했던 디젤 엔진은 이미 이전부터 사그라드는 양상이 있었는데 이번 디젤 게이트로 인해 더 심화되고 유럽 각국들도 디젤엔진에 불리한 정책이 시행될게 불보듯 뻔합니다.

높은 연비의 디젤 엔진을 대체할 수 있는건 단기적으로는 하이브리드이며 장기적으로는 전기/수소차를 비롯한 무공해차가 될것입니다. 이는 이미 바꿀수 없는 대세였지만 디젤 게이트가 가속을 붙이는 결과라고나 할까요?

그렇다면 하이브리드와 전기/수소차 기술에 약한 자동차 메이커는 이번 디젤 게이트로 미래 충격파에 대처해야 할것 같습니다. 누군가는 이번 폭스바겐 사태로 인해 현대-기아차가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 예상했지만 미국에서 폭스바겐의 시장 점유율은 기아보다 낮았고 유럽에서 현대-기아의 점유율은 미미합니다. 유럽인들은 당장에 폭스바겐이 문제라고 해서 현대-기아를 사지는 않을거라 봅니다. 무엇보다 전세계 어디에서 현대-기아와 폭스바겐을 경쟁상대로 볼까도 모르겠습니다.(국내에서는 국산차의 판매량이 오르고 있다고는 합니다만..)

반면 일본 브랜드는 반사이익이 기대됩니다. 일본 브랜드는 워낙에 하이브리드에서 강세를 보여왔고 수소연료전지차에서도 발빠른 상용화를 보이며 시장을 선점하고 있습니다. 현대가 먼저 시장에 내놓기는 했지만 토요타는 미라이와 수소 버스를 내놓았고 혼다도 내년 시장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닛산은 전기차에 강한 브랜드이고요. 물론 어떤 브랜드이건 폭스바겐과 같은 사기행각이 들통나면 폭스바겐과 손붙잡고 나락으로 빠지겠지만 말입니다. 어쩌면 이순간 쾌재를 부르고 있는건 머스크의 테슬라 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