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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먹고 있는 레드불을 위한 변명 본문

F1/데일리

욕먹고 있는 레드불을 위한 변명

harovan 2015. 3. 20.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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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F1 중계를 보기 시작한지 십수년이 되었지만 이렇게 엉망으로 시작하는 시즌이 있었나 모르겠습니다. 2014 시즌이 끝나기도 전에 캐터햄과 마루시아가 무너졌고 다른 스몰팀들도 휘청거렸습니다. 혼다 엔진으로 심장을 바꾼 맥라렌은 프리시즌 테스트 내내 굴욕적인 모습이었고 급기야 페르난도 알론조가 감전으로 사고가 났다는 음모론이 나오기에 이르렀습니다.



시즌 개막전인 호주 그랑프리는 또 어땠나요? 마루시아(매너)는 시동조차 걸어보지 못하고 개점 휴업 상태였고 연습주행 이후 윌리암스의 다크호스 발테리 보타스가 부상으로 아웃되었습니다. 레이스 직전 알론조를 대신해 출전한 케빈 마그누센과 레드불의 다닐 크비얏 차량에 문제를 보이며 스타트하지 못했습니다.


레이스에 들어서는 로터스의 패스토 말도나도와 로메인 그로쟝이 잇따라 리타이어 했고 F1 최연소 드라이버 맥스 베르스타펜과 페라리의 키미 라이코넨까지 차량문제로 리타이어하며 피니쉬한 차는 11대.. 15대만 스타트 한것도 놀라운 일인데 피니쉬가 11대라니 1996년 모나코 그랑프리, 2006년 미국 그랑프리 이후 최악인것 같습니다.


레이스 말고도 악몽은 계속됩니다. 자우버에서 부당해고를 당한 기에도 반 데르 가르데는 호주로 쫓아와 자우버의 자산을 가압류하며 자우버는 자칫 그랑프리에 출전하지 못할뻔 했고 레드불은 개막전 뛰자마자 엔진 규정 바꿔달라며 철수 협박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독일 그랑프리는 99% 열리지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틀전 호켄하임링이 '우리는 못한다'라고 밝혔고 어제 뉘르부르그링도 못하겠다라고 발표를 하며 레이스 캘린더 19개로 줄어들것으로 예상되며 1961년 이후 연속해서 열리던 독일 그랑프리(유럽GP 포함, 첫 그랑프리는 1951년)는 올해 보기 힘들것으로 여겨집니다.


문제가 심각해 보이지요? 게다가 최근에는 레드불이 '못해먹겠다. 나 관둘지도 모른다'라고 말하고 있으니 FIA와 버니 에클레스톤은 골치가 아플겁니다. 그럼 오늘의 본론인 레드불 철수에 대해 이야기 좀 해볼까요?


레드불이 엔진 규정을 바꾸지 않으면 F1을 관둘지도 모른다.. 듣기에 참 거북한 말입니다. 4년 연속 챔피언 먹다가 우승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니 쪼잔하게 이렇게 나오냐?라고 보는게 당연합니다. 페라리는 물론 최악의 엔진을 받아든 혼다 마저도 '업그레이드 하겠다'라고 나오는 상황이니 레드불이 더욱 밉상으로 보이는게 당연합니다.



하지만 상황을 잘 뜯어본다면 다른 시각을 가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논란이 되는 부분들을 집으며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1. 레이스 하나 뛰고 징징거린다

레드불이 개막전인 호주 그랑프리만 뛰고 규정 바꿔 달라고 징징거리고 있다..라는게 대체적인 분위기이며 표면적으로는 그렇습니다. 하지만 레드불은 지난 시즌부터 엔진 규정과 엔진 자체에 대한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것입니다.


F1의 기술규정은 시즌이 시작되기 며칠전에 '올해엔 이렇게 하자'라며 정해지는게 아니라 큰 흐름이 최소 2년 이전에 미리 정해집니다. 지금부터 엔진규정 변경에 대한 논의를 해도 빨라야 2017년 규정 변경이라는 소리지요. 그러니 레드불로서는 관련 논의를 가능하면 빨리 시작하는게 좋고 그런 기조는 작년부터 유지했습니다. 그러니 '레이스 하나 뛰고 볼멘 소리를 한다'고 말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2. 왜 레드불만 난리냐?

레드불이 페라리나 맥라렌(혼다)에 비해 유독 시끄러운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페라리와 맥라렌이 엔진 규정 변경을 원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챔피언팀에서 중위권으로 미끄러진 레드불이니 가장 아쉬운 상황이 되었고 목 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레드불이 가장 앞에 서서 엔진 규정을 뒤집어 엎으려 하는 것입니다. 이런 상황은 F1에서 흔히 봐온 모습들이고 우리가 일상생활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 일이지요. 



3. 철수협박

이 부분은 저도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입니다. 반 데르 가르데에게 제가 분개했던 이유가 에릭슨의 오버롤을 뺏어 입는 몰상식한 행동과 관객, 시청자, 팬을 볼모로 잡는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레드불도 마찬가지입니다. 더럽고 치사해서 나 안해. 퉷~하고 나가는 팀을 붙잡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F1에서의 레드불의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수가 없으니 그게 문제입니다.


레드불은 2개의 팀을 굴리고 있으며 오스트리아 그랑프리까지 가지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게다가 무산되기는 했지만 뉴저지 그랑프리의 메인 스폰서이기도 했습니다. 자우버 스폰서부터 시작한 레드불은 20년간 F1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쳐왔고 그간 팬은 물론 모터스포츠와 다른 스포츠계에 다양한 인맥을 쌓아왔습니다. 


WRC, DTM, WTCC, 다카르, V8 슈퍼카, 나스카... 제가 아는 거의 대부분의 모터스포츠는 물론 윈터 스포츠, 구기, 수상 등등 손이 미치지 않는데가 없습니다. 그런 레드불이 F1에서 철수한다.. 다른 스포츠에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겁니다. 레드불이 자신들의 파워를 가지고 F1에 갑질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건 억울해도 손 쓸 방법이 없습니다.



4. 이제는 덜 매력적인 시장

철수설과 관련된 내용입니다. F1이 젊은 팬과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는데 아예 손을 놓고 있으니 젊은 고객이 많은 레드불에게는 점점 매력을 잃어간다고 볼수도 있으니 '철수'가 단순한 협박 이상으로 느껴집니다. 과거 F1은 지상파 방송이 주류를 이루었고 누구나 부담없이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페이TV가 메인이 되어버렸고 공짜로 제공되던 정보들이 유료화 되었습니다.


자신의 브랜드가 최대한 많이 노출 되어야 하는 레드불에게는 이전보다는 확실히 덜 매력적인 시장이 되었고 앞으로도 개선될 것으로 보여지지 않습니다. 즉.. 레드불이 철수를 한다면 '이제는 더이상 우승을 못해서'가 아니라 쓰는 돈에 비해 얻는게 적다는 판단하고 나갈수도 있다고 여겨집니다.


5. 너희는 역시 음료수 회사였어

맞습니다. 레드불은 음료수 회사 맞습니다. 음료수 회사이니 자동차 회사들과 같을수 없지..라고 말하시는 분들이 계신데 저는게 이게 좀 위험한 생각이라고 믿습니다. '음료수 회사'라는 의미는 뭘까요? 그건 페라리나 맥라렌처럼 영원히 F1을 할게 아니라 언제든 떠날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나왔을겁니다.


그런데 F1에서 레드불을 단순히 음료수 회사로만 보는게 온당할까요? 레드불은 토요타나 혼다나 보다도 F1팀을 더 오래 운영했습니다. 게다가 토로 로소까지 팀을 두개나 굴리는 회사입니다. 비슷한 기간동안 이룬 성과를 보면 토요타와 혼다는 레드불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자동차 회사'입니다. 이런데도 레드불을 그냥 음료수 회사로만 봐야할까요?


페라리와 맥라렌은 F1을 떠나고 싶어도 떠날수가 없는 DNA를 지녔습니다. 페라리와 맥라렌의 F1 철수는 단순한 철수가 아니라 폐업을 의미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페라리-맥라렌이 레드불보다 월등한 스피릿을 지녔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그건 제가 가장 싫어하는 순혈주의와도 같으니 말입니다. 



6. 메르세데스가 잘한건데 왜 늬들이 난리야

메르세데스가 잘한건 200% 맞습니다. 다른 엔진에 비해 막강한 성능을 보여주고 있으니 말입니다. 어떤 회사건 팀이건 잘 할 수 있는데 못하게 하는건 참 멍청한 짓이지요. 그런데 스포츠를 위해 포기해야 하는 부분은 분명히 있고 메르세데스는 그럴 의도가 없는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를 비난해서도 안됩니다. 레드불이 엔진 변경을 주장하는것과 같은 의도로 메르세데스는 변경을 반대라는게 당연합니다.


현재의 엔진 규정은 2015년 첫 엔진을 잘 만들지 못하면 영원히 따라잡을수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과도 같습니다. 올해 페라리가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메르세데스와의 격차는 여전합니다. 그러니 레드불이 엔진 개발을 동결하는 규정의 변경을 원하는건 당연합니다. 더 나아가서는 엔진 자체를 바꾸려는 움직임도 말입니다(물론 스몰팀을 위해서는 저도 반대합니다만)


7. 지금까지 당해온 레드불

레드불이 계속 엔진을 물고 늘어지는 기저에는 분명 '지금까지 내가 당한게 얼만데..'하는 심리가 깔려있습니다. 실제로 작년까지의 기술규정 변경은 대부분 레드불의 에어로를 잡기 위한 움직임이었고 지금처럼 배기파이프가 하나로 모아지고 디퓨저가 단순해 진건 다 레드불 잡기의 결과물이라고 보셔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FIA는 레드불을 잡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고 무리수까지 남발했습니다. 시즌 중 규정을 변경해버려 엉뚱한 자우버와 로터스를 때려잡았던건 웃지 못할 일입니다. 당시 누구 하나 레드불을 위해 시즌 중 기술규정 변경 반대를 외쳤나요? 모두 침묵했거나 동조했죠. 


시간이 흘러 레드불이 불리한 처지에 섰고 레드불은 예전에 시즌 중 기술규정까지 변경했던 F1에 엔진 규정 변경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게 이상한가요? 저는 이상하지 않은데요. 누구나 자신이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도록 원하고 주장하는건 정상이라고 봅니다. 레드불이 시즌 중에 기술규정을 뒤집자는 말도 아니고 미래의 시즌을 위한 규정변경을 논의하자는것 뿐입니다.



저는 레드불이나 메르세데스나 별다를것 없다고 생각합니다. 모두 서로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하는게 이동네가 살아가는 법입니다. 멀지 않았던 기억을 되살려 볼까요? 2013년 메르세데스는 규정위반인걸 알면서도 도둑질하듯 타이어 테스트를 했고 2014년 개막전에는 레드불이 FIA의 인스트럭션을 듣지않고 유속센서를 무시했습니다. 


메르세데스는 버니 에클레스톤의 뇌물 스캔들이 사실이라면 '철수할수도 있다'라고 말했지만 유죄가 확정되고 거액에 합의를 한 후 이렇다할 액션은 없습니다. 돈이 급한 포스 인디아-자우버-로터스는 자신들에게 돌아올 약간의 돈을 위해 마루시아의 부활에 반대표를 던졌고 페라리는 스몰팀의 상황은 고려하지 않은 쓰리카를 주장했습니다. F1 팀은 이타적이지도 않고 도덕적이지도 않은 그냥 회사들이지요.


저는 이번 레드불의 엔진논란도 크게 다를게 없는 자기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레드불이 특별히 잘못한것도 없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말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철수카드를 들고나와 팬들을 실망시켰다는건 욕 먹어도 좋지만 자신이 원하는것을 말했고 이건 단순히 칭얼 거리는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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