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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다 어코드 유럽 철수와 중형세단의 위기 본문

자동차

혼다 어코드 유럽 철수와 중형세단의 위기

harovan 2015. 1. 26.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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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자동차 관련 뉴스 가운데는 제 눈을 끄는 소식이 있었습니다. 제목은 "Honda axes Accord in Europe"이고 직역하자면 '혼다, 유럽에서 어코드 철수' 정도 되겠습니다.



저는 다소 충격이었습니다. 제가 공부한 곳이 캐나다와 호주였기 때문에 북미와 호주에서 어코드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직접 체감을 했었고 토요타 캠리의 인기에 비할바는 아니었지만 어코드는 분명 콘크리트 지지층이 있다고 할만큼 혼다의 베스트셀링 모델이었습니다.


물론 유럽에서 일본 브랜드는 북미에서의 위상은 아닙니다. 하지만 혼다 어코드는 1977년부터 유럽에서 팔려왔고 1993년부터 2003년까지는 영국 스윈돈 공장에서 제조했습니다. 그만큼 현지화가 되었고 어코드는 혼다를 대표하는 대표성도 있는 차였기 때문에 어코드 철수는 놀라운 결정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혼다는 왜 유럽에서 어코드를 철수했을까요? 일단 직접적인 이유는 이렇습니다. 혼다 영국지사의 레온 브래넌은 "어코드의 재고를 소진하면 해당 세그먼트로 복귀하지는 않을것이다. 경쟁비용이 엄청나다"라고 말했습니다. 



중형차가 가장 인기가 많은 한국과 달리 유럽은 D-세그먼트(중형)보다 C-세그먼트(준중형) 이하의 세일즈 볼륨이 큽니다. 쏘나타-K5-말리부 정도 평가되는 국내 중형차 시장과 달리 유럽 D-세그먼트는 폭스바겐 파사트, 오펠 인시그니아, 포드 몬데오, 푸조 508은 물론 메르세데스 C 클래스, BMW 3 시리즈, 아우디 A4 같은 막강한 경쟁자들이 있으니 어코드가 발 붙일 곳이 없어 보이기는 하네요.


상황이 이러니 토요타는 캠리를 투입하지 못하고 혼다는 본전도 못뽑는 어코드를 철수할수 밖에 없습니다. 어코드는 지난해 유럽에서 판매량이 19% 급감한 3,453대 판매에 그쳤고 혼다는 지난해 보다 5% 감소한 133,268대 판매가 고작입니다. 



유럽 D-세그먼트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어 제조사들의 D-세그먼트 차량 개발을 늦추는 상황까지 온 유럽이니 어코드 같은 마이너가 받는 타격은 더욱 크긴 했을테니 혼다의 어코드 철수 결정이 이상할 것도 없기는 합니다.


자동차 회사들이 특정 모델을 투입하고 철수하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닙니다만 최근 경제 상황과 미래 예측을 감안하면 어코드의 유럽 철수가 가지는 상징성을 찾을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전세계는 심각한 부의 양극화가 진행되어 전세계 상위 1%가 전체 부의 50%차지하게 될 것이고 결국에는 99%에 이를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이번 다보스 포럼의 중요한 화두였습니다. 이런 부의 편중은 자동차 시장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을수 있게 되었습니다.


벤틀리, 롤스 로이스 같은 울트라 럭셔리 브랜드는 없어서 못파는 지경이 되었고 벤츠, BMW 같은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는 물론 포르쉐나 재규어의 성장세는 무섭습니다. 즉.. 있는 사람들은 대형/고급/스포츠카 수요는 늘어가고 있습니다.



반면 없는 사람들(특히 젊은층)은 소형/경형차도 벅차고 일각에서는 '차도 집도 살 여력도 없고 그럴 의사도 없다'며 차와 집으로 대표되던 과거 전통적인 동산/부동산 개념 자체를 흔드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물론 유럽에서 D-세그먼트 자체가 부진한 이유가 단순하게 양극화 때문만이 아니라 EU의 경기하강과 유로화 위기에 따른 EU 역내에 드리운 그림자가 더 큰 이유이기는 할겁니다. 하지만 단순한 경기침체라면 모든 차량의 판매가 부진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브랜드는 사상 최대의 판매량을 기록한데 반해 유독 중형차 섹터만 부진했다면 분명히 이유가 있는것 입니다. 혼다 어코드를 살만한 사람들이 줄었고 그나마도 어코드를 안사는 것이지요.



국내의 경우도 크게 다를게 없습니다. 과거 현대 쏘나타는 '대충 만들어도 그냥 사는 수밖에 업는 차'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YF 쏘나타는 K5에 디자인에서 밀렸고 LF 쏘나타는 '시대의 흐름을 거스른 차'라는 혹평을 받았고 신차효과도 별로였습니다.


지금까지 대한민국은 모든것이 4인 가구 위주로 돌아가는 세상이었고 4인 가구에 가장 적합한 차가 바로 쏘나타였습니다. 2015년 예상되는 1인 가구의 비율은 25%로 2035년에는 34% 이상으로 예상됩니다. 즉.. 국내의 중형차 시장 자체가 위기를 맞이한 상황이고 쏘나타의 상품성은 의심을 받고 있으니 예전과 같은 공전의 히트작이 되는건 불가능합니다. 예전에 교과서에서 배웠던 핵가족화를 넘어서 이제는 혼자 사는 세상이 온거지요.



혼자 살거나 부부 혹은 아이 하나를 가진 가정에서는 굳이 쏘나타를 살 이유가 없어진것 같습니다. 지금이야 유가가 낮아졌지만 IMF 이후 우리는 늘상 고유가에 시달려왔고 소형차들도 중형차 못지 않은 편의장비와 상품성을 갖추었습니다. 


주 5일 근무가 확산되어 SUV의 수요는 늘었는데 이에 발맞춘게 바로 르노 삼성 QM3, 쌍용 티볼리, 쉐로레 트랙스가 있네요. 이것도 중형차의 적이라면 적입니다.



먹고 살기 힘든 세상이지만 거리에는 고가의 외제차가 늘어만 갑니다. 과거 '차'하면 생각나던 중형 세단의 이미지는 SUV, 해치백, 쿠페 등 여러가지로 나뉘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수입차들은 뛰어난 상품성을 무기 삼아 가격을 한껏 올린 국산차를 위협하는 무서운 경쟁자가 되었습니다.



상황이 이렇지만 현대/기아차는 소형 SUV도 아직 내놓고 있지 못하고 브랜드의 가치는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현대/기아도 소형 SUV를 준비중이고 과점시장인 대한민국에서는 일단 내놓으면 어느 정도 팔리기는 할겁니다. 하지만 수입차를 타면 세무조사를 받던 시절은 갔고 소비자들의 눈은 높아졌습니다. 언제까지고 한국 시장이 그저그런 국산차에 우호적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중형차 시장의 위기는 아마 저보다 현대/기아가 훨씬 먼저 알아차렸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대응이 늦어도 한참 늦습니다. 중형차 시장이 받을 타격을 상쇄할 다른 모델 준비도 늦고 중형차(쏘나타)는 다이어트에 실패하고 지나치게 수수한 미모를 지녔습니다. 현대차가 최근 내놓은 모델인 LF 쏘나타와 아슬란은 2연속 삼진을 당한 느낌입니다. 제발 트렌드도 잘 읽으시길 바랍니다. 이건 단순히 판매량이나 매출에 관한 문제가 아니라 생존에 관한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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