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WRC 챔피언쉽 포인트 - 핀란드 랠리

2016 WRC 시즌의 첫 이벤트 핀란드 랠리의 우승은 바로 시트로엥의 크리스 믹이었습니다. 시트로엥은 작년 WRC와 WTCC 중 하나를 지속하기로 하고 WRC를 남겨두기로 결정하며 2018년부터 WTCC를 세미 워크스로 전환하는 대신 2017년 WRC에서는 매뉴팩쳐러가 아닌 개인팀으로 출전해 왔는데 벌써 2승째를 거두었고 이번에는 더블 포디움 입니다.

풀시즌을 달리며 많은 돈을 쏟아붓는 경쟁자 폭스바겐이나 현대, M-Sport 같은 매뉴팩쳐러 팀에서 시트로엥을 보면 얄미울 수도 있지만 팬의 입장에서는 그리 나쁜 그림은 아니네요. 폭스바겐은 최근 WRC의 로드 오더 시스템을 고치기 위해 여론전을 하고 있고 핀란드 랠리 전에는 '크리스 믹이 우승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정말로 그렇게 되기는 했지만 저는 여전히 지금의 로드 오더 시스템 말고 무슨 대안이 있나 모르겠네요. 

금-토요일에는 챔피언쉽 순서대로 달리고 일요일에는 랠리 오버롤 순위를 뒤집어 달리는것 말고 어떤 아이디어가 있을까요? 금요일만 챔피언쉽 순서대로 달리고 토-일요일을 랠리 오버롤을 뒤집어 달리려나요? 아니면 제비뽑기? 저는 로드 오더 자체의 문제 보다 세바스티앙 오지에의 슬럼프가 더 큰 부진의 원인이라 생각합니다. 핀란드에서 오지에는 그간 보기 힘들었던 실수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전투의지도 부족했습니다.

크리스 믹은 이번 우승으로 올시즌 2번째 우승에 올랐고 통산 3승을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핀란드 랠리에서 우승한 첫 영국 드라이버라는 타이틀을 얻은게 자랑스러운 일입니다. 핀란드 랠리는 유독 로컬 드라이버들의 강세가 심했고 영국의 WRC 레전드이자 믹을 WRC 드라이버로 키워준 콜린 맥래도 해내지 못한 일을 믹이 해냈습니다. 믹은 파워 스테이지 스탑 컨트롤에서 '오늘은 맥주 한잔 해야겠다'라고 말했는데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습니다.

믹은 마지막까지 야리-마티 라트발라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지만 라트발라가 역전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핀란드 랠리는 라트발라가 오지에에게도 우위를 보이는 거의 유일한 랠리이고 홈 랠리이기도 했기 때문에 라트발라 역시 우승을 노렸지만 아쉽게도 2위에 그쳤습니다.

현대는 티에리 누빌이 잠시 3위에 오르기도 했지만 역시 지켜내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현대 i20 자체는 아주 괜찮은 차라고 생각하지만 첫날 페이스는 여전히 좋지 못하고 페이스 노트와 고질적인 서스펜션 문제는 이번에도 현대를 괴롭혔습니다. 금요일 오전 성적만 조금 더 끌어올릴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좋은 모습이지 아닐까 싶습니다. 핀란드 랠리에서 포디움에 오르지 못한 현대는 아쉽게도 3연속 포디움에는 실패 했습니다.

M-Sport는 아무리봐도 차량에 문제가 있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매즈 오츠버그가 랠리 후반 현대 드라이버 2명을 모두 사정권에 두었지만 뒷심이 부족했습니다. 매즈 오츠버그의 능력 자체는 크리스 믹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실력인데 M-Sport로 복귀하고 나서는 내내 무력한 모습입니다. 게다가 에릭 카밀리가 차량을 리커버리 하지 못할 정도로 사고가 나는 바람에 노포인트.. 아무래도 올시즌 현대 추격은 힘들어 보이네요.

오지에는 스웨덴 랠리 이후 우승이 없어 왔는데 급기야 핀란드 랠리에서는 노포인트 입니다. 폭스바겐 이적 이후 노포인트 랠리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5연속 우승이 없는 상황에 노포인트가 나왔고 순위 자체도 계속 하락 중입니다. 2위에 오른 라트발라는 헤이든 패든을 누르고 3위에 올라 폭스바겐 트리오가 1-2-3위에 올랐고 누빌은 부상으로 불참한 소르도와 M-Sport의 오츠버그를 동시에 누르고 5위로 올라섰습니다. 믹은 2승이나 올렸지만 여전히 9위.. 스타트 오더 어드밴티지는 계속 되겠습니다.

팀 순위에서는 변동이 없습니다. 믹이 우승하기는 했지만 개인 참가자 신분이었기 때문에 팀 순위에서는 라트발라가 우승.. 오지에도 포인트를 기록했습니다.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고도 랠리를 완주하지 못한 DMACK은 여전히 현대 B팀과 적지 않은 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조만간 위협이 될게 분명 합니다.

다음 랠리는 타막 이벤트인 독일 랠리 입니다. 부상으로 핀란드 랠리에 출전하지 못했던 타막 스페셜 리스트 다니 소르도가 돌아올 예정이고 티에리 누빌은 2014 독일 랠리 쉐이크다운에서 포도밭에서 구르고도 현대에게 첫 승리를 안겨 주기도 했습니다. 랠리 일정은 8월 19일에서 21일까지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