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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F1 엔진이 로드카로 들어가면?

harovan 2016. 5. 11. 0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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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을 보다보면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F1 엔진을 일반 로드카로 옮기면 어떻게 될까?' 물론 현실성이 없는 상상입니다. F1 엔진은 성능이나 가격, 내구성 그리고 기술적인 난관으로 로드카로 이식할 이유가 거의 없는 괴물엔진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상상은 언제나 인간에게 재미있는 이벤트를 만들어주기 마련이고 이런 말도 안되는 상상을 현실로 만든 경우가 몇몇 있습니다. 



엔진 가격이 천문학적으로 오른 2016년에는 실현 가능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일이지만 과거에 일부 F1 엔진은 로드카로 이식된 경우가 있습니다. 물론 양산될 목적이 아니라 레이스나 프로모션 같은 특수한 목적을 위해 제작 되었지만 궁극의 내연기관인 F1 엔진이 도로에서 볼 수 있는 자동차 안으로 들어간것 자체가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알파 로메오 164 프로카 (Alfa Romeo 164 ProCar)


이게 어떤 차로 보이시나요? 껍데기만 보자면 오래된 패밀리카로 보이는 그림입니다. 1987년부터 1998년까지 생산되었던 알파 로메오 164 입니다. 사신상으로 보자면 4도어 세단에 리어윙을 붙이고 스커트를 덧대고 레이싱 타이어로 서스펜션을 건드린 정도로 보이지만 저 속에는 괴물 같은 심장이 숨어 있습니다. 바로 알파 로메오의 3.5L V10 F1 엔진이었습니다.



겉모습은 일반적인 164와 크게 다를바가 없었지만 보시다시피 속은 완전히 딴판인 스톡카 입니다. 모노코크 프레임은 알루미늄과 노멕스로 만들어졌고 곳곳에 값비싼 케블라와 티타늄 같이 일반 로드카에는 쓰기 힘든 재료를 듬뿍 사용해 F1 엔진을 받쳐줄 야수 같은 섀시를 만들어 냈고 거기에 알파 로메오 164라는 순한 양의 가면을 씌워 놓은 것이지요.



그렇다면 164 프로카는 도대체 왜 만들어진 것일까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164 프로카는 알파로메오와 버니 에클레스톤의 이익이 맞아 떨어져 탄생한 괴물입니다. 알파로메오는 1985년 F1팀 리지에와 파트너쉽을 맺고 3.5L 자연흡기 엔진을 공급하려 했지만 무산되었고 1986년에는 자연흡기 엔진이 금지되어 3.5L V10 엔진이 공중으로 붕 뜨게 되었습니다.



버니 에클레스톤은 당시 FOCA(F1 컨스트럭터 협회) 회장이자 과거 알파로메오 엔진을 사용했던 브라밤의 오너로 F1의 서포트 레이스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에클레스톤과 알파로메오의 잇속이 맞아 들어가 당시 잉여엔진이었던 알파로메오의 3.5L V10을 164의 바디쉘에 씌워 164 프로카(Production Car)라는 이름을 짓고 포뮬러 S(혹은 그룹 S, Silhouette)을 만들려고 했습니다. 164 프로카의 성능은 놀라웠습니다. 적어도 직선에서는 F1 레이싱카 부럽지 않은 속도와 가속능력을 보여 주었으니 말입니다. 



그렇지만 164 프로카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망했습니다. '프로카'라는 타이틀 자체가 BMW M1 시절부터 그리 오래가지도 못했고 M1 프로카도 꼼수의 산물이었듯 164 프로카도 그랬습니다. 1대 제작에 당시로서는 거금이었던 35만 달러가 소요되어 알파로메오 외에는 하겠다고 나서는 자동차 메이커가 없었습니다. 결국 2대만 제작 되어졌고 1988년 리카르도 파트레세가 몬자에서 쇼런을 하고는 단 한번의 레이스도 열리지 않고 사라졌습니다. 이후 굿우드 같은 곳에 등장하기는 했지만 기억 속에서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포드 슈퍼밴 3 (Ford Supervan 3)


164 프로카가 데뷔 하지도 못하고 사라진지 몇년 되지도 않아 또다시 도로를 달리는 일반 자동차 속에 F1 엔진을 심은 차가 1994년 다시 세상에 나옵니다. 이번에는 포드의 밴 트랜짓에다 코스워스의 HB 엔진(조단, 로터스, 맥라렌이 사용)을 심어넣은 '포드 슈퍼밴 3'입니다. 포드는 이미 1970년대부터 트랜짓에 레이싱카를 심어넣는 프로모션 행사를 해왔고 슈퍼밴 2는 코스워스의 그룹 C 엔진을 넣은 경험이 있어 슈퍼밴 3에 F1 엔진을 넣은게 그리 이상하지도 않습니다.



신형 트랜짓이 출시되며 일종의 쇼카로 제작된 슈퍼밴 3의 운명은 과욕을 부렸던 164 프로카와 달리 성공적인 인생(?)을 살았습니다. 각종 프로모션 행사에서 유용하게 쓰였고 로열 메일(영국 우체국)의 리버리를 마지막으로 2001년 은퇴 합니다.



르노 에스파스 F1 (Renault Espace F1)


대중차 브랜드 중에서는 가장 오랜 시간 F1에 참가해 온 르노 역시 로드카에 F1 엔진을 넣은 경험이 있습니다. 바로 1994년 등장한 에스파스 F1으로 F1 1993 시즌 챔피언에 오른 윌리암스 FW15C와 동일한 RS5 V10 엔진과 윌리암스의 서스펜션을 사용했습니다. 에스파스는 르노삼성이 국내에도 출시할 것으로 알려진 미니밴으로 에스파스 F1은 2세대 에스파스를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포드 슈퍼밴과 마찬가지로 외관은 일반 양산차와 비슷하지만 역시나 카본 파이버 같은 소재가 듬뿍 사용되었습니다. F1 머신에 비해 덩치가 커진만큼 원래 700마력이던 파워는 800마력으로 올려졌고 0-100 km/h는 2.8초, 최고속도는 312 km/h로 슈퍼카 부럽지 않은 스펙을 지녔습니다.



1990년대를 마지막으로 F1 기술이 로드카로 직접적으로 옮겨지는 시대는 끝났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는 F1 엔진을 사용한 로드카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부질 없는 이벤트 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모터스포츠팬은 물론 자동차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눈길 한번은 줄만한 이벤트인것 같기는 합니다. 오늘날 기업들은 당장 매출로 연결되지 않더라도 대중의 이목을 끌기위해 많은 돈을 쓰기도 하니 말입니다. 



물론 F1 엔진 로드카의 이른바 '가성비'는 형편 없는 수준이겠지요? 엔진가격이 말도 안되게 뛰었고 이제는 내연기관 뿐만 아니라 복잡한 하이브리드 시스템도 같이 가지고 와야 하니 로드카에 F1 엔진을 심는 비용이면 기존 모델에 새로운 트림을 추가할수도 있을 정도의 예산이 투입되어야 하지 싶네요. 때문에 164 프로카, 슈퍼밴 3, 에스파스 F1과 같은 무모한 도전은 앞으로 보기 힘든 일이 될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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