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레드불에 엔진 안준다

러시아 그랑프리 패독에서 버니 에클레스톤의 레드불 철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방팔방으로 뛰었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 되었습니다. 페라리가 레드불에 엔진공급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2014 시즌보다 더 경쟁력이 떨어지는 르노 엔진에 실망한 레드불이 르노와 관계를 청산하고 메르세데스 엔진으로 갈아타려다 판이 엎어졌고 이제는 마지막 보루라고 할 수 있는 페라리마저 '토로 로소에는 줄수 있어도 레드불에는 못준다'라고 말했으니 이제 레드불에게 남은 선택은 F1에서 철수하던지 아니면 르노 엔진을 다시 사용하는것 밖에 없습니다.

참 가관입니다. 레드불은 이혼하겠다고 짐싸서 집부터 나온 셈이고 메르세데스와 페라리는 수년간 같이 달려온 동료가 자신들보다 더 빨라지는것을 우려해서 굶겨 죽이겠다고 하는것과 다를바가 없네요. 르노가 다시 레드불에게 손을 내밀지도 모르겠고 레드불이 르노 엔진을 다시 쓸지도 모르겠습니다.

F1.. 참 잘 굴러가는 집안이네요. 메르세데스는 원래 레드불에 엔진을 공급할 것처럼 나왔고 버니 에클레스톤도 레드불이 메르세데스 엔진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헝가리-벨기에에서 보여준 막강한 레드불의 에어로 퍼포먼스에 깜짝 놀라 갑자기 말을 바꾸었습니다.

페라리는 레드불에 메르세데스 엔진을 알아보던 시기부터 '우리가 주겠다'라며 CEO까지 나섰지만 알고보니 2016 엔진이 아니라 2015 엔진을 주겠다고 말하니 레드불이 그 제안을 받아 들일리가 없습니다. 레드불이 페라리에 워크스 수준의 대우를 해달라는 뉴스를 접했을때는 무리한 요구라고 생각했지만 페라리의 협상카드가 1년 묵은 엔진이었다면 이해합니다. 떡 사러 떡집에 갔는데 누구는 단골이라고 방금 뽑은 떡주고 나는 처음 왔다고 어제 만든 떡 주면 기분 좋게 사겠습니까?

레드불이 나가면 쓰리카를 하겠다고 나서는 모양새를 보면 엔진 공급에 문제가 있다는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로 보이고 이건 어떻게 생각해도 '레드불이 두려우니 엔진을 못주겠다'라고 볼수밖에 없네요. 누군가는 레드불을 페라리나 맥라렌 같은 레이싱 스피릿이 없는 음료수 회사이며 단순한 마케팅 도구라고 말합니다. 사실이죠. 레드불은 자동차 회사가 아니라 에너지 드링크를 파는 회사입니다. 

하지만 F1을 레드불 정도 했다면 단순하게 음료수회사라고 폄훼하는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F1에서 자동차 회사나 레이싱팀이 아닌 서드파티 중 그 어떤 팀이 레드불과 같은 성과를 보였나요? 제가 알기로는 없습니다. 최근 10년만 보자면 레드불은 페라리-메르세데스-맥라렌 같은 팀보다 훨씬 좋은 성적을 거두었습니다. 자동차 회사들이 음료수 회사에게 F1에서 왕창 깨진 것인데 제가 보기에 레드불의 이번 엔진 사태와 관련해서는 옹졸해 보이네요.

물론 자신이 제공한 무기로 적이 나를 이긴다면 이건 뼈아픈 일입니다. 메르세데스와 페라리가 레드불에 엔진을 주고 싶지 않은 마음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그럴거면 애초부터 협상을 하지도 말것이지 협상이라는건 왜 했고 말도 안되는 2015 엔진은 또 뭔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최악의 경우에는 레드불이 페라리의 2015 엔진을 사용할런지도 모르겠지만 이건 올해 마루시아처럼 다른 모든 팀들의 양해를 구해야 하는 부분이고 레드불이 2015 엔진으로 페라리를 이기기라도 한다면 페라리의 체면은 엉망이 될게 뻔하긴 합니다..

만약 이대로 레드불이 철수한다면 레드불은 경솔하게 움직인 대가를 크게 치르는 것이며 메르세데스와 페라리는 스스로를 레이싱 스피릿 같은게 있다고 말하지 말았으면 좋겠네요. 비지니스 스피릿이 더 잘 어울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