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카스 디 그라시, 포뮬러 E 첫 우승의 영광

포뮬러 E... 제가 너무 많은 우려를 해서 그런지 몰라도 생각보다는 재미있는 레이스였습니다. 스타워즈의 포드 레이싱 같은 소리가 나기는 하지마 추월, 사고, 슬립 스트림 같은 레이싱의 요소는 모두 보여주었습니다.

포뮬러 E 처녀 그랑프리인 베이징 그랑프리 우승자는 아우디 압트의 루카스 디 그라시였습니다. 니콜라스 프로스트와 닉 하이트펠트의 사고로 어부지로 우승에 오르기는 했지만 디 그라시는 팬 부스트에 선정되기도 했고 포뮬러 E 머신 개발과정부터 테스트 드라이버로 참여한 포뮬러 E 탄생의 공신이기도 합니다.

포뮬러 E의 특성상 그리고 스트리트 서킷의 레이 아웃은 F1과 달리 폭발적인 주행을 보여주는것 보다는 철저하게 관리하고 계산하는 주행이 필요하기 때문에 디 그라시는 레이스 내내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피트 스탑에서는 하이드펠트에게 2위 자리까지 뺏깁니다.

마지막 랩에서 프로스트와 하이드펠트가 충돌로 더블 리타이어 하는 바람에 3위로 뒤따라 오던 디 그라시는 다소 뻘쭘하게 우승에 올랐지만 그건 디 그라시가 레이스를 훌륭하게 운영한 보상이라고 봅니다. 

다니엘 압트는 디 그라시와 함게 3위에 오르기는 했지만 배터리 출력량을 0.2 kW 오버했다는 이유로 타임 페널티를 받아 3위에서 10위로 주저 앉았습니다. 때문에 팀 포인트에서는 2위를 기록한 프랭크 몽타니와 4위를 기록한 샤를 픽의 안드레티에 4포인트 부족한 2위에 랭크 됩니다.

마지막 랩 마지막 코너에서의 충돌 전까지 니콜라스 프로스트의 우승은 확실해 보였습니다. 폴포지션으로 출발해 별다른 위협은 없었고 에너지 관지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코너 직전 추월을 시도하는 닉 하이드펠트를 들이 받으며 서스펜션이 망가지며 리타이어 하며 포뮬러 E 첫 우승이라는 영광을 놓치고 맙니다.

사실 하이드펠트가 프로스트보다 더 억울합니다. 정상적인 추월시도였고 하이드펠트 입장에서는 날벼락이나 마찬가지였으니 말입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전복사고에서 다치지 않았다는것 입니다. 하이드펠트와 프로스트는 같이 WEC 레벨리온의 팀메이트이기도 한데 이번 일로 불편한 관계가 되는게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이미 결정된 줄 알았던 세이프티카는 베이징 그랑프리가 시작되기 직전 BMW i8로 결정되었습니다. 이미 끝난것인줄 알았더니 그게 아니었네요. 신생 카테고리라 그런지 몰라도 너무 정신이 없네요.(물론 저도 정신이 없습니다) i8은 스포츠카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었지만 i3가 머신들과 함께 달리는 모습은 마치.. 돼지 같았습니다.

그외에 브루노 세나가 오프닝 랩에서 타쿠마 사토와의 컨택으로 리타이어 하고 세바스티앙 부에미의 리어윙이 찌그러지는 사고도 있었습니다만 차도 낯설고 드라이버도 낯설고.. 중계 중에 나오는 DJ의 음악은 정신이 산만했습니다. 코멘터리 박스의 방음 같은건 전혀 없는 것인지 바로 옆에서 말하는것 같던 중국 소녀의 목소리는 레이스 초반 내내 였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포뮬러 E를 계속 보려고 합니다. 최악의 경우 2-3대는 스타트 하지도 못하고 절반은 리타이어 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야노 트룰리 말고는 스타트에 큰 문제가 없었고 레이스는 일반적인 스트리트 레이스였던것 같습니다. 

십수년째 F1을 봐왔기 때문에 눈이 높아져서 그렇지 포뮬러 E 자체만 두고 보면 꽤나 흥미롭습니다. 얼마나 버텨낼지 모르겠지만 기술의 발전이 정체되어 있는 F1과 달리 포뮬러 E는 앞길이 구만리 같은 신생아나 다름 없으니 성장과정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을것 같구요. 무엇보다 F1보다 상하위권의 격차가 적다는게 흥미로운 부분이기도 합니다.

2014 FE 베이징 그랑프리 레이스